회사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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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미경 (주)커리어컨설팅 대표


(PPSS 윤동근 기자) 지난 7월 28일, 국가데이터처가 인구주택총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대한민국 65세 이상 인구 비중이 20%를 넘어섰다. 초고령사회 공식 진입이다. 2003년 통계청이 예측했던 시점이 정확히 지금이었다는 사실도 새삼스럽다. 예고된 미래가 예고된 시점에 도착한 셈이다.

 

그런데 정작 이 미래를 살아갈 우리는 얼마나 준비되어 있을까. 30년 가까이 채용시장 현장에서 사람을 만나온 입장에서 말하자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여전히 준비되어 있지 않다. 이직을 고민할 때 우리가 의지하는 것은 대개 감이다. "지금이 타이밍인 것 같다", "왠지 이 회사가 나을 것 같다", "선배가 그러던데 이 업계가 뜬다더라."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결정 중 하나를 이렇게 막연한 감으로 내리고 있다는 사실이, 나는 늘 이상하게 느껴졌다.

 

건강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검진은 받으면서 경력에 대한 검진은 왜 안 받을까

이상한 일은 하나 더 있다. 우리는 매년 건강검진을 받는다. 혈압, 혈당, 콜레스테롤 수치를 확인하고 이상이 있으면 병원을 찾는다. 그런데 본인의 커리어에 대해서는 이런 정기 점검을 하지 않는다. 지금 내 역량이 시장에서 어느 위치에 있는지, 내가 가려는 방향이 실제로 나와 맞는지, 아무도 객관적으로 짚어주지 않는다. 대부분은 이직 공고가 뜨고 나서야, 혹은 퇴직을 코앞에 두고서야 처음으로 자신을 돌아본다. 이미 너무 늦은 시점이다.

 

산업 및 조직심리학에는 오래전부터 이 문제를 다뤄온 이론이 있다. 개인과 환경의 적합성(Person-Environment Fit)이라는 개념이다. 이 큰 틀 안에 두 가지 하위 개념이 있는데, 하나는 개인과 직무의 적합성(Person-Job Fit)이고 다른 하나는 개인과 조직의 적합성(Person-Organization Fit)이다. 쉽게 말하면 이렇다. 내가 하는 일이 내 역량과 실제로 맞는가, 그리고 내가 속한 조직의 문화와 가치관이 나와 맞는가. 이 두 가지는 서로 다른 질문이고, 둘 다 답을 알아야 이직이든 재직이든 제대로 된 결정을 내릴 수 있다.

 

문제는 이 두 질문에 답하기가 쉽지 않다는 데 있다. 직무 적합성은 어느 정도 스스로 가늠할 수 있어도, 조직 적합성은 겪어보기 전까지 알기 어렵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이직 후에야 "여기는 나랑 안 맞는 것 같다"는 걸 깨닫는다. 시행착오의 비용은 고스란히 개인이 진다. 특히 재취업 기회 자체가 줄어드는 중장년 이후에는 이 시행착오 한 번의 무게가 20대의 그것과는 비교가 안 된다.

 

건강검진을 받고 병원에 가도 그 자리에서 완치가 안되는, 시간을 가지고 관리를 해야 하는 병이 있듯이, 경력진단을 받는다고 하여 단숨에 확실한게 취업이 된다고 할 수는 없다. 그러나 주먹구구식의 이직을 방지하고, 막연한 감을 보완하고 내가 가려는 방향과 나의 역량을 알 수 있다.

 

내가 몸담고 있는 커리어컨설팅에서 온핏(On-Fit)이라는 진단 도구를 만든 이유가 여기에 있다. 직업상담학과 조직심리학, HR 분야 연구진과 함께 이 적합성 이론을 실제로 측정 가능한 형태로 설계했다. 구직을 준비하는 사람과 이미 경력을 쌓아온 사람은 처한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같은 다섯 가지 핵심 역량을 진단하되 문항과 기준은 대상에 따라 다르게 설계했다. 검사를 마치면 20페이지 분량의 개인별 리포트가 나오고, 원하는 경우 이 결과를 두고 1대 1로 상담도 받을 수 있다.

 

한 가지는 분명히 해두고 싶다. 진단이 감을 완전히 대체할 수는 없다. 어떤 결정이든 결국 데이터와 직관이 함께 작용한다. 다만 지금까지 우리의 경력 결정은 그 저울이 너무 한쪽으로, 감 쪽으로 심하게 기울어 있었다. 최소한 내가 지금 어디에 서 있는지, 내가 가려는 방향이 나의 역량과 실제로 맞는지 정도는 객관적으로 확인하고 결정해도 되지 않을까. 이건 대단한 사치가 아니다. 건강검진을 받는 것만큼이나 당연한 절차여야 한다.

 

초고령사회에서는 한 사람이 일하는 기간이 길어진다. 길어진 시간만큼 방향을 잘못 잡았을 때의 손실도 커진다. 그러니 이제는 감으로만 결정하던 습관에서 벗어나, 스스로 자신의 위치를 점검하는 일부터 시작해보면 어떨까. 그 시작은 생각보다 어렵지 않다.

 

출처 :  https://www.ppss.kr/news/articleView.html?idxno=3071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