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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미경 (주)커리어컨설팅 대표

권미경 (주)커리어컨설팅 대표


 

(PPSS 윤동근 기자) 우리는 '적성'이라는 말을 참 쉽게 쓴다. "저 사람은 영업에 적성이 있다", "나는 사무직이 안 맞는 것 같다." 그런데 막상 이 말이 정확히 무엇을 뜻하는지 물으면 대답이 궁색해진다. 적성이 좋다는 건 일을 잘한다는 뜻인가, 그 일이 편하다는 뜻인가, 아니면 그 조직에서 인정받는다는 뜻인가. 사실 이 셋은 전혀 다른 이야기다. 그런데 우리는 이 셋을 뭉뚱그려 '적성'이라는 한 단어로 퉁쳐버린다.

 

적합성은 하나가 아니라 여러 개다

산업 및 조직심리학에는 개인과 환경의 적합성(Person-Environment Fit)이라는 오래된 개념이 있다. 이 개념은 다시 몇 갈래로 나뉘는데, 그중 커리어를 고민할 때 특히 눈여겨봐야 할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개인과 직무의 적합성(Person-Job Fit)이다. 내가 가진 능력과 이 일이 요구하는 능력이 얼마나 겹치는가에 대한 질문이다. 다른 하나는 개인과 조직의 적합성(Person-Organization Fit)이다. 내가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와 이 조직이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가 얼마나 맞는가에 대한 질문이다.

 

지역별 정보둘의 차이를 예를 들어보면 명확해진다. 어떤 사람이 데이터 분석 역량이 뛰어나 어느 회사의 마케팅 데이터 분석 업무를 아주 잘 해낸다고 하자. 이건 직무 적합성이 높다는 뜻이다. 그런데 그 회사가 수직적이고 성과만 강조하는 조직문화를 가지고 있고, 이 사람은 원래 자율성과 협업을 중요하게 여기는 사람이라면 어떨까. 일은 잘하는데 오래 다니지는 못한다. 조직 적합성이 낮기 때문이다. 반대의 경우도 가능하다. 조직 문화는 편안하고 마음에 드는데, 정작 그 직무가 내 강점과 맞지 않아 성과가 안 나는 경우다.

이 두 가지를 구분하지 않으면 우리는 늘 엉뚱한 곳에서 원인을 찾게 된다. 이직해도 계속 힘든 사람은 자책하며 "나는 뭘 해도 안 맞나 보다"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실제로는 직무는 맞았는데 조직이 안 맞았을 수도 있고, 그 반대일 수도 있다. 원인을 정확히 알아야 다음 선택이 달라진다. 직무가 안 맞았다면 같은 조직 안에서 다른 역할을 찾아볼 수 있고, 조직이 안 맞았다면 비슷한 직무를 다른 문화의 회사에서 찾아볼 수 있다.

이 구분 없이는 같은 실수를 반복하기 쉽다.

 

이론을 아는 것과 써먹는 것은 다르다

문제는 이 이론이 학계에서는 꽤 오래전부터 다뤄졌지만, 정작 일반인이 자신의 상황에 적용해볼 방법은 마땅치 않았다는 데 있다. 논문을 찾아 읽으라고 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그렇다고 막연히 "당신은 직무 적합성과 조직 적합성을 구분해서 생각해보세요"라고 말해봐야 실제로 어떻게 구분해야 할지는 여전히 막막하다.

 

30년 가까이 채용시장 현장에서 일하면서 나는 이 간극을 여러 번 확인했다. 이론은 있는데 그 이론을 실제로 써먹을 도구가 없었다. 그래서 직업상담학과 조직심리학, HR 분야 연구진과 함께 이 적합성 이론을 실제로 측정 가능한 형태로 만드는 작업을 했다. 그 결과물이 온핏(On-Fit)이다. 다섯 가지 핵심 역량을 기준으로 지금 이 사람의 직무 적합성과 조직 적합성이 각각 어느 지점에 있는지를 진단하고, 20페이지 분량의 리포트로 정리해준다.

 

이 검사가 정답을 찾아주는 것은 아니다. 다만 지금까지 뭉뚱그려 '적성'이라 불러온 것을 몇 개의 축으로 나눠서 보여준다. 나는 어떤 일을 잘하는가, 나는 어떤 조직에서 편안한가, 이 둘은 다른 질문이라는 것을 스스로 확인하는 계기가 된다. 그것만으로도 다음 선택은 이전보다 조금 더 정확해진다.

 

적성이라는 말 뒤에 숨어 있던 복잡한 질문들을 하나씩 풀어보면, 우리가 그동안 얼마나 단순하게 스스로를 판단해왔는지 알게 된다. 이제는 그 판단에도 조금 더 정교한 도구가 필요할 때다.

출처 : ㅍㅍㅅㅅ PPSS (https://www.ppss.kr)